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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암 환자가 입원을 했다. 5년전에 대학병원에서 전립선암 진단을 받고 계속 입퇴원을 반복하며 치료를 받았으나 최근에 방광, 신장 등 다른 장기에도 전이가 된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다. 오래 전에 양측 요관이 막혀 양측 신장에 인공관을 넣고 투석을 하여 신장의 기능을 다시 찾았..
할머니는 산소를 드리고 약을 쓰기 시작하며 호흡은 조금 수월해보였으나 의식은 변화가 없었다. 시설이 열악한 시골요양병원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적다. 내가 능력이 안 되어서 못하는 것도 많지만 내가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도 많다. 이럴 때는 도움을 청할 의사들이 주위..
일요일 아침, 병실을 잠깐 돌아보고 진찰실로 내려왔는데 간호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 원장님. XXX 환자 보호자가 원장님을 만나시겠다고 하는데요. > 오늘은 내가 당직이 아니지만 병원 기숙사 원룸이 내가 사는 유일한 집이니 특별한 일로 가끔 병원을 떠나는 날을 빼면 나는 일 년 ..
요즘 두 의사의 죽음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사람은 국가유공자가 된다는 소식도 있다. 죽은 자가 영웅이 되는 세상.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옳은 것일까? 나는 살아있는 영웅과 같이 사는 사회에 살고 싶은데 왜 우리 곁에는 영웅이 없을까? 죽기전까지 그들이 하던 일, 그리고 그들..
허리 뒤에 작은 종양이 생겼다. 벌써 3-4년은 된 것 같은데 별로 커지지도 않고 눈에 보이는 곳도 아니라서 나는 무관심하게 지냈다. 그런데 아내는 걱정이 되는 가보다. 혹시 암이 아니냐는 걱정을 하며 병원에 가보자고 하는데 나는 병원에 가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수차례 거절을 하다..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 한 분이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컴퓨터에 저장이 되어있는 병원 기록을 보면 9년전에 입원을 하셨는데 컴퓨터 차트를 쓰기전, 수기로 쓰던 때를 생각하면 아마도 10년을 넘게 병원과 요양원에 계셨던 것 같다. 이제 100살이 가까우신데 와상으로 침상생활을 하시지만..
두 달전 일이다. 관절이 안 좋은 듯 걷는 것이 불편해 보이는 할머니가 아들과 같이 우리 병원을 찾아왔다. 할아버지의 진단서를 들고 우리 병원에 입원이 가능한지 상담을 오신 것인데 진단서를 보니 내가 처음 보는 병명의 환자다. 심장 근육병으로 인한 심장의 기능 저하 환자인데 심..
얼마 전 요양병원 화재로 많은 노인들이 사망을 했다. 그런데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이럴 때마다 대책이라고 발표를 하지만 이런 일이 다시 안 생긴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나도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우리 병원이 아닌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과 당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