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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촌닥일기 156 ( 꿈과 현실의 차이 1 )
    나의 이야기 2018. 12. 2. 13:23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 한 분이 병원에 입원을 하셨다.

    컴퓨터에 저장이 되어있는 병원 기록을 보면 9년전에 입원을 하셨는데

    컴퓨터 차트를 쓰기전, 수기로 쓰던 때를 생각하면 아마도 10년을 넘게 병원과 요양원에 계셨던 것 같다.

    이제 100살이 가까우신데 와상으로 침상생활을 하시지만 그래도 정신은 아직 맑아 자녀를 알아보신다.


    병원으로 올라오신 후 몇 시간만에 많은 가족들이 방문하는 것을 보니

    가족들도 임종이 가까웠다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았다.

    입원하며 측정한 체온이 39도가 넘고 의식도 많이 떨어져 아마도 폐렴이 의심되며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장남인 보호자에게 설명을 하고 하루 밤을 보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이 되니 체온이 떨어지고 의식도 돌아오셨다.

    이번에도 회복이 될 것같은 희망이 생겨 안심을 하는데 오후에 보호자가 나를 찾아왔다.

    어제 보았던 보호자들이 아닌 새로운 보호자가 나를 찾아 오면

    어제와 똑같은 이야기를 또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 짜증이 난다.

    보호자들은 환자의 상태가 궁금하겠지만 70명 이상의 입원 환자를 직접 책임지고 있고

    요양원과 다른 의사가 담당하는 환자까지 합하면 200명 이상의 환자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찾아오는 보호자들마다 반복해서 설명을 하기에는 내 체력이 따라가지를 못한다.


    < 궁금하신 것이 무엇인지요? >

    환자에 대하여 모든 것을 설명하기보다

    보호자가 궁금해 하는 것을 대답해 드리는 것이 빠른 해결 방법이다.

    보호자는 자기가 많은 아들중에 한명이라고 하며

    할머니가 집에 가고 싶다고 하시는데 집에 가면 안 되느냐고 묻는다.


    < 먼저 보호자들끼리 합의가 되어야 하겠지만 병원의 입장은 지금 퇴원하시는 것은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인 학대에 해당합니다. >

    < ..... >


    < 집으로 퇴원하신다고 하면 병원에서 치료포기와 노인학대를 방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 되고

       다른 병원으로 가신다면 퇴원이 가능합니다. >

    냉정하게 들릴 수가 있지만 현재 병원에서 할 수 있는 대답은 이런 것이다. 

     

    < 어머니가 집에 가서 죽고싶다고 하시는데......>

    < ..... >

    나도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자신은 서울에 살기 때문에 일년에 몇 번 내려오지만 면회를 마치고 떠날 때마다

    어머니 혼자 외롭게 병실에서 돌아가실 것만 같은데 얼마나 무서우실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러니 집으로 가시면 형제가 많으니 서로 돌아가며 할머니 옆을 지키고 수발을 들 수 있으며

    삶의 마지막을 가족들 옆에서 편안하게 맞이할 수가 있지 않겠느냐 고 했다.


    참 아름다운 생각이고 소설과 같이 따뜻하고 바람직한 임종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는 아들이 착한 효자인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좀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있다.  

    그러면 어제 임종을 보겠다고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왔던 아들 딸들과

    할머니의 상태가 안 좋아도 큰 병원으로 옮길 생각이 없고

    보호자들은 연명치료를 위한 응급처치를 원하지 않는다고

    보호자 대표로 서명을 한 장남은 불효자인가?


    우리는 현실을 알아야 한다.

    우선 집으로 모신다면 할머니의 수발은 누가 들어야하나?


    본인은 서울에서 살고 일년에 몇 번 내려온다는데...


    시골에 살고 있는 다른 형제가 그 짐을 지겠다고 동의를 했을까? 

    10년 가까이 요양원에 모셨는데 이제 며칠만 고생하면 된다는 희망(?)이 있으니

    자발적으로 내가 모시겠다고 하는 형제가 있는 것인가?


    꿈을 꾸는 것은 좋지만 남에게 짐을 떠넘기는 꿈을 꾸어서는 안 된다. 


    침상에서 일어나지를 못 하는 노인의 수발을 드는 것은 상상이상의 노동이다.

    직접 내가 할 것이 아니라면 아무 말도 하면 안 된다.

    또 직접 수발하는 사람 앞에서 < 수고한다. 고맙다. >는 말 이외에 다른 말을 해서도 안 된다.


    나는 노인의 수발문제로 형제가 갈라서고 며느리와 딸이 앙숙이 되는 경우를 수없이 보았다.

    오랜 경험으로 결론을 내린다면 지금 노인 수발을 하는 사람의 말이 가장 옳은 것이다.

    불만이 있으면 본인이 직접 모시면 된다.

    그러나 자신이 모시겠다고 노인을 모시고 간 동생이 

    몇 달 후에 몰래  형님 집 앞이나 병원에 노인을 내려놓고 가버린 경우도 흔히 보았다.  

    노인과 떨어져있는 사람은 아무 말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가끔 병원비를 내가 책임진다고 큰소리치는 사람이 있다.

    역시 어리석은 사람이다.

    노인 수발은 돈으로 계산 할 수 없는 사랑과 섬김과 헌신 그리고 노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느 재벌도 감당할 수없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할머니의 마지막 상황을 상상해 보았을까?

    식사를 전혀 못하고 며칠을 견딘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들은 모른다.

    물도 못 삼키는데 의학적인 도움이 없이 생을 마감하는 것이 어떤 것일까?

    쉽게 이야기한다면 굶어 죽는 것이다. 부모를 굶어 돌아가시게 하겠다는 것인가?

    병원에서는 식사를 못 하셔도 수액으로 최소한의 물과 영양을 공급할 수가 있다.

    그러나 집에서 계신 분들은 물 섭취가 안 되어 입이 마르고 목이 타는 고통이 있을 것이다.

    사막에서 물을 못 구해 죽어가는 사람을 상상해 보라.


    < 좋은 생각이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먼저 다른 가족들과 의견일치를 보십시오. >

    그 아들은 조금 실망한 듯 돌아갔다.

    그리고 그 아들은 다시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이제 다시 회복한 할머니는 수액 맞는 것이 귀찮고 지겹다고 하시며 집에 보내달라고 하신다.

    그러나 아무도 할머니를 집으로 모시겠다는 자식이 없다. 


    내일은 할머니를 다시 요양원으로 내려보내야겠다. 



    우리는 꿈을 꾸지만 우리의 삶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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