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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닥부부의 유럽 자유 여행 8 (루카, 시에나)여행 2014. 7. 11. 10:40
2014.05.22
피사 역에서 기차를 타고 30분을 가면 푸치니의 고향 루카가 있다.
기차 요금이 우리에게는 얼마 안 되는 것 같지만 흑인들에게는 부담이 되는 요금인 것 같다.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흑인들이 큰 비닐 봉투를 하나씩 들고 표 검사를 하는 승무원과
숨바꼭질을 하는 광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탈리아 기차는 구조가 이상해서 객차 안에 1층과 2층이 있고 수시로 올라갔다 내려 올 수가 있다.
아마도 흑인들은 무임승차를 하고 멀리서 승무원이 오는 것을 보면 슬그머니 아래로 내려갔다가
승무원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돌아서 올라오는 것 같은데 이것을 알고 있는 승무원은
또 이 사람들을 열심히 잡아 하차를 시킨다.
관광객이 걸리면 50배의 벌금을 물린다고 하지만 불법체류자로 보이는 흑인들이
벌금을 낼 리가 없으니 그냥 다음 역에서 하차를 시키는 것 같았다.
비닐 봉지에 들고 다니며 길거리에서 관광객들에게 파는 것은 짝퉁 가방, 카메라 삼발이,
작은 목공예품, 장난감, 그리고 핸드폰 악세사리가 대부분이다.
어찌 보면 불쌍하게 보이지만 그들을 경계할 수밖에 없는 것은
내 짐을 노릴 것만 같은 두려움 때문이다.
루카 성을 통과하는 차도와 인도
루카 역 앞에 성벽을 따라 있는 큰 길에서 좌측으로 조금 가면 COOP가 있고
조금 더 가면 성으로 들어가는 차도도 있다.
이 길로 성벽을 통과하여 들어가는데 작은 마을이라서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지는 않았다.
푸치니의 생가 앞에 있는 동상
성당 전면에 서 있는 기둥이 모두 모양과 무늬가 다르다.
성당도 있고 광장도 있고 푸치니의 생가도 있지만 모든 것이 다른 곳에서 본 듯한 것이라
시간을 아낄 생각이 있다면 그냥 빼먹어도 후회는 없을 것 같았다.
멀리서 본 Guinigi 전망대. 꼭대기의 나무 그늘이 유명하다.
타원형으로 만들어 진 광장
성벽 위에서 본 성벽
전망대 꼭대기에 나무가 자라고 있어 유명한 Guinigi 전망대에 올라 루카 전체를 내려다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는데, 우리는 걸어 올라가는 것도 힘들 것 같고, 유료라는 것도 마음에 안 들어
그냥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다시 역으로 돌아왔다. 그냥 반나절을 보내기에 좋은 마을인 것 같았다.
12시경에 역 앞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1시가 조금 넘어 피사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짐을 찾아 1시 반경에 시에나로 가는 기차를 탔다.
기차는 제 시간에 시에나역에 도착을 했는데 그람시 광장으로 올라가는 버스를 타는 것이
만만치가 않았다.
기차역 건너 쇼핑센타 밑으로 내려가면 버스를 타는 곳이 있다는 정보를 이미 알고 있어
씩씩하게 쇼핑센타로 들어갔다.
역시 쇼핑센타 안에는 버스 정류장을 가리키는 표시판도 있고 표시판을 따라가니
친절하게 에스컬레이터로 내려가라는 표시도 있었다.
역시 내 정보가 정확하다는 생각을 하며 기분 좋게 표시판을 따라 밑으로 내려갔는데,
버스 정거장이라는 곳에 아무 것도 없다.
이상하다 생각하고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역앞 광장이 나온다.
그러나 역앞 광장은 시내로 가는 버스가 아니고, 시내에서 역으로 오는 버스가 서는 곳이다.
버스 정거장을 가르키는 표시판을 따라 열심히 왔는데 아무 것도 없으니 너무 황당하다.
길을 헤매다가 우녕히 만난 태국 청년도 우리를 따라 헤매고 있다.
유럽에서 유학중이고 잠시 관광을 왔다는데, 영어 발음도 좋고 수준급의 영어를 구사하는 청년이었다.
한손에는 여행 가이드 책을 들고 열심히 버스 정류장을 찾는데 역시 우리와 같이 헤매다가,
결국 포기를 하고 잠시 쉬겠다며 쇼핑센타 푸드코트로 올라갔다.
오래 전에 이곳에 한번 와 보았다고 하면서도 찾지를 못 하고, 가이드 책에도 틀린 정보가 있나보다.
그런데 내가 길을 헤매는 것이 답답했는지 어느 할아버지가 곁에 와서
캄포 광장은 저쪽으로 가서 타라는 뜻으로 가르쳐주는데 영어는 한마디도 못 하시고
손짓과 몸짓으로 우리가 지금 나온 그 곳을 가리킨다.
할아버지의 뜻을 짐작하면 역시 내 정보대로 쇼핑센타 아래가 맞다는 생각으로
다시 쇼핑센타로 들어가서 지하로 내려가니 바닥과 벽에 버스 정류장 표시도 있고,
기둥에는 버스 시간표도 붙어있다.
분명히 우리는 잘 찾아왔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없다. 도저히 왜 그런지 모르겠다.
한참을 헤매고 있는데 아까 그 할아버지가 다시 오더니 또 손짓 발짓으로 밖으로 나가라고 한다.
참 답답하다. 마땅히 물어볼 사람도 없고 대부분 사람들이 영어가 서툰지,
그냥 손짓으로 뭐라고 하는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다시 역으로 와서 길 건너편을 보니 쇼핑센타 좌측으로 오르막길 건너에
정류장이 하나가 보인다.
혹시 몰라 그 곳으로 가보니 그 곳이 우리가 찾던 버스 정류장이다.
결국 너무 아깝고 귀한 시간을 한 시간 이상 허비한 것이다.
버스 정류장이 바뀌었으면 전에 있던 표시들은 모두 치워야하는데
그냥 두면 처음오는 관광객이 당연히 그 표시판을 따라가지 어찌 혼동을 안 하겠는가?
바쁘다면 최소한 시간표와 길 표시판에 X표시를 해서라도 헤매는 사람들이 없게 해야지.
쇼핑센타 안 복도에 걸린 표시판과 곳곳에 친절히 가르쳐 주던 모든 표시판과
버스 정류장은 알리는 출입구의 그림과 표시들이 모두 관광객을 우롱하는 것들이었다.
차라리 표시판이 없으면 물어물어 찾아가기라도 하지.
이태리 사람들의 특징이 이렇게 사람을 우롱하는 것인지 아니면 공무원들이 태만한 것인지 모르겠다.
버스를 타고 그람시 광장으로 가서 매표소에 짐을 맡기고 부지런히 캄포광장으로 갔다.
역시 넓은 광장에 앉으니 피로가 다 풀리는 것 같다. 낮에 알맞게 데워진 바닥이 너무 기분이 좋다.
그냥 누워 자도 좋을 것 같은데 두오모 성당을 보고 와야하기 때문에 다시 발길을 재촉했다.
시에나의 두오모 성당은 다른 곳과 비교할 때 조금 더 정교하고 작품성이 있어보였다.
미적 감각이 둔한 내가 평가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냥 그렇게 보였다.
성당이 6시 반에 문을 닫는다고 하여 여유를 가지고 보지는 못 했지만
여러 성당들 중에 꽤 수준급의 성당이었다.
따뜻한 온돌방 같았던 캄포광장, 그리고 달콤한 젤라토. 형수님은 참 편하시겠다. ㅎㅎ
다시 캄포 광장으로 나와 잠시 누워 젤라토를 먹으며 쉬다가
짐 보관소가 7시에 닫는다고 해서 부지런히 짐을 찾았다.
미리 알아본 기차시간에 맞추어 여유있게 시에나 역으로 돌아와
오르비에토로 가는 기차표를 사는데 우리가 예정했던 시간에 오르비에토로 가는 기차가 없단다.
우리 생각보다 1시간이나 늦게 출발하는 기차를 타면 11시가 넘어 오르비에토에 도착을 하게되고
혹시 예약해 놓은 호텔이 문을 닫을 수도 있는데.
그래서 기차를 기다리며 전화카드를 사서 호텔에 미리 전화를 했다.
우리가 미안하다고 하니 주인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으니 늦으면 앞에 와서 조용히 초인종을 누르란다.
고맙게도 우리를 기다려주겠단다.
잠시 쇼핑센터로 들어가서 수퍼마켙에서 물과 간단한 샌드위치를 사서 저녁으로 먹고 있는데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우리처럼 버스 정류장 표시판을 올려다 보며
부지런히 따라가는 것이 보였다.
다시 돌아오면 우리가 잘 설명을 해 주고 싶었지만 그 사람들은 다시 돌아오지를 않았다.
우리처럼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역 광장으로 나갔나?
오르비에토에 내리니 비가 조금 내린다. 여행을 시작한 후 처음 만나는 비다.
그러나 내일은 비가 와도 괜찮다. 오히려 그동안 너무 좋았던 날씨에 감사를 드려야지.
11시 반경에 호텔에 살금살금 들어가 그냥 조용히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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