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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닥부부의 인도, 네팔 자유 여행 후기여행 2017. 11. 11. 11:04
정말 오래동안 준비하고 기대했던 인도와 네팔 여행이었다.
새롭고 특별한 삶을 경험할 수있는 곳이라 믿었기에
마음속으로 오래 동안 준비를 했던 여행이었다.
그러나 이제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나라로 기억하고 싶다.
안 가본 사람과 여러 번 가본 사람은 있지만 한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나라가
인도라는데 나는 정말 다시 기억하기도 싫은 나라 인도이다.
바라나시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거리
인도에서 어디를 가 보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인도에 도착한 다음날 바라나시에서 첫 밤을 지나고 나니
이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를 가나 소음과 먼지와 똥과 알 수없는 냄새와 삶이 찌들고 지친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피해 다녀야하는 수많은 쓰레기와 오물들,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렵기까지 한 하루를 보내고 바바라씨에 앉아
내가 주문한 라씨를 기다리는데 벽을 가득 메운 낙서가 눈에 들어왔다.
< 아.. 집에 가고 싶다.>
< 나 죽을 것 같애. 살아서 갈 수 있을까? >
< 엄마! 나 좀 살려줘.>
나는 이 낙서를 보고 웃었다.
그 때는 내가 웃었는데 다음날부터 나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차차 내가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시작되었다.
그래도 바라나시에서는 씩씩하게 델리로 돌아왔는데
다음날 아그라를 가면서 차츰 지치기 시작했다.
우선 차가 편하지가 않았다.
델리 관광청에서 하는 프로그램인데 조금 비싸도 차가 편했으면 좋겠는데 참 불편했다.
고속도로라고 하지만 차가 별로 없는 도로를 이 고물차는 참 천천히도 달린다.
3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은 거리를 4시간이나 걸려 아그라에 도착을 하였는데
가는 동안 하늘이 안 보였다.
매연이 심한 것이다.
아그라 포트에서 본 타지마할. 육안으로는 안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사진기가 좋은가?
아그라 포트에서 보인다던 타지마할은 안개속에 뿌였게 형태만 보인다.
이런 환경에서 어찌 사람이 사는지.
점심으로 먹은 인도식은 생각보다 많이 비쌌다.
3명이 팁까지 5만원을 지불했다.
인도 음식에 대한 선입견을 지울 수 있도록 의외로 맛이 있는 음식이었지만
나에게는 안 맞는 것 같았다.
그 날부터 시작된 배앓이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일주일을 고생해야 했다.
차라리 배가 아프고 설사를 했으면 좋겠는데 배가 아픈 것도 아니고
항상 화장실에 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막상 변기에 앉으면 묽은 변이 조금 나오고 마는
이상한 배앓이가 계속 된다.
입맛이 없어 아무 것도 먹고 싶은 것이 없으니 침대에 누워 TV를 보는 것이 가장 편하다.
내가 이러려고 여기까지 왔나? 하는 생각에 어디든지 가보야겠다 생각하지만
막상 나가려고 하면 그 복잡한 거리와 소음과 매연,
그리고 우리를 노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초리와 삐끼들의 유혹이 나를 너무 피곤하게 한다.
방글라 사힙의 대형 부엌과 무료식사를 하는 신자들.
암살 당하던 날, 간디의 마지막 발자국 (?)
후마윤 묘
원치 않았으나 갈 수 밖에 없었던 사프다르정 묘
반 나절 델리 투어를 하고 아그라를 다녀오고,
오후에 악샤르담을 가서 분수쇼까지 보고 나니 더 가고 싶은 곳도 없다.
삐기가 극찬을 하던 후마윤묘와 사프다르정묘는 너무 똑같아서
같은 곳을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남들은 시간이 모자라다던데 나는 이 지루하고 짜증나는 시간을 빨리 당겨버리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사람이 종교를 갖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람이 종교에 의지하여 마음의 평안을 얻고 자신의 삶에 힘을 얻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나는 인도에서 종교의 노예가 되어버린 수 많은 사람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았다.
이른 새벽 알 수없는 돌 앞에 불을 피우고 꽃을 드리며 주문을 외우는 사람들,
그리고 금방 눈물이 터질 것같은 얼굴로 고통을 참으며 잔뜩 찡그채 간지스강을 향해
한 계단 한 계단씩 가트를 내려가던 맨발의 여인.
그녀는 발을 디딜 때마다 얼굴을 찡그리며 고통을 참고 있었다.
마치 자기를 살려달라는 듯이 우리를 쳐다보던 그 여인의 눈빛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무엇이 그들을 사체와 오물과 각종 쓰레기로 가득한 그 더러운 물에 들어가게 하는가?
종교의 사슬에 묶여 벗어날 수 없는 그들에게 삶이 고통이고 죽음이 평안이고,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는 것이 유일한 소망이라면 인간보다 비참한 동물이 또 있을까?
오늘이 지나갔다는 것이 기쁨이고 내일이 있다는 것이 고통이라면
인간은 왜 살아야 하는가?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항상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오래 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돌아오며
우리는 어디에나 쓰레기장이 있어 부자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여행은 내가 오늘 이 나라에 사는 것이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 일인지
깨닫게 했다.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나라,
그러나 지금 내가 얼마나 감사할 것이 많은지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나라.
그곳이 바로 인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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