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촌닥부부의 유럽 자유 여행3 (융플라우, 뮤렌)
    여행 2014. 7. 6. 16:36

     

     

     

      2014.05.17

    아침 일찍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어느 엽서에서 보는 사진 속에 내가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어제 밤 잠시 일어나 창문으로 살짝 본 밝은 달과 눈 덮인 산,

    그리고 그 산위에서 떨어지는 폭포의 물줄기는 꿈속에서 보는 그림 같았다.

     

    아침을 준비하기 전에 잠시 밖에 나가 아침 공기를 마시려고 했는데

    벌써 형님부부가 부엌에서 아침 준비를 다 해 놓으셨다.

    준비해 온 햇반과 컵라면 등으로 아침을 든든히 먹고 8시 조금 전에 숙소를 나왔다.

       벵엔역. 무척 쌀쌀한 아침이었다 

     

    벵엔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멘리헨으로 케이블카를 타고 갈 예정이었다.

    그동안 정기 정검 기간이 끝나고 오늘부터 케이블카가 운행을 한다는 것을 알고 왔기에

    첫 차를 타려고 일찍 나왔다.

    멘리헨에서 클라이사덱까지는 트레킹을 할 생각이었다.

    벵엔까지 올라가는 기차안에서 본 풍경, 어찌 감탄이 안 나오겠는가?

    어디를 보아도 감탄을 안 할 수가 없다.

    이런 절벽을 기차를 타고 올라간다고 하면 경험하지 못 한 사람들은 거짓말이라고 할 것만 같다.

     

    벵엔에 도착하니 날씨가 무척 쌀쌀하다.

    5월 중순 날씨가 내복을 입고 겨울 잠바를 입은 내가 그냥 견디기가 만만치 않다.

    마침 이제 막 문을 연 COOP에 들어가 몸을 녹이고 빵을 조금 샀다.

     

    첫 차가 출발하는 9시까지 기다리다가 시간에 맞추어 케이블카가 있는 곳까지 올라가니

    이상하게 아무도 없다. 문도 잠가져 있고....

    문 앞에 붙어있는 시간표에는 분명히 오늘부터 여름 운행이 시작되고

    9시에 첫차가 떠나는 것으로 되어있는데....

    이상한 생각에 다시 돌아보니 창문 옆에 작은 쪽지에 점검이 늦어져 운행이 일주일 연기되었단다.

    실망스러운 소식이었지만 덕분에 벵엔을 돌아볼 수 있었다.

     

    다시 기차를 타고 클라이사덱으로 올라갔다.

     

    클라이사덱.

     

      트레킹 코스가 모두 눈으로 덥혀버렸다.

    멀리 보이는 눈덮인 바위산들이 어느 것이 융플라우이고 어느 것이 아이거 벽인지 모르겠지만

    모든 것이 아름답고 눈부신 그림이다.

    기차가 정상을 향해 갈수록 눈이 더 많이 쌓여있었다.

    정상에서 걸어서 내려오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5월 중순에도 여기서 트레킹은 안 되는 것이다.

    우리가 멘리헨에 올라갔으면 다시 케이블카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못 간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클라이사덱에서 융플라우로 올라가는 기차는 빨간 기차다.

    인터라켄은 모든 기차 시간표가 잘 만들어져 있어 오래 기다리지 않고

    잠시만 기다리면 다음 기차를 탈 수 있게 되어있다.

     

    융프라우로 올라가는 기차를 타고 나니 흥분이 된다.

    내가 드디어 이곳에 왔다는 기쁨과 이렇게 좋은 날씨를 보니 우리가 행운아인 것 같아 너무 기뻤다.

    가는 길에 아이거 북벽을 볼 수 있는 곳에서 잠시 기차가 섰다. 그런데 아무도 안 내린다.

    분명히 이곳에서 기차는 잠시 쉬고 관광객들이 북벽을 구경한다고 했는데

    안내를 해야 할 차장은 다른 칸에 있는 것 같다.

    내가 용기를 내서 내리자고 하며 앞장을 섰지만 마음은 조금 불안했다.

    그냥 기차가 떠나는 것은 아니겠지?

     

    바람에 흩날리는 눈보라 속에 빙벽을 보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

    구경을 나온 사람들이 탄성을 지른다. 이곳에는 화장실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아이거 북벽에서 본 빙벽들

    기차는 올라가는 길에 한 번 더 쉬어 빙벽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융플라우 정상에 도착을 했다.

     

    구름 한점 없이 맑은 날이라 처음에는 높이 올라왔다는 생각이 안 들고

    그냥 어느 높은 고개 위에 있는 휴게소에 온 기분이었다.

    우선 쿠폰을 주고 유명한 컵라면을 받아 왔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그리고 이런 유명한 관광지에서 우리나라 라면을 먹는 것이 참 묘한 기분이었다.

      쿠폰을 주고 받아온 컵라면, 맛은 아실테고...

      아무리 보아도 아까운 내 배낭과 사진기, 썬글라스. 그리고 내가 입은 옷, ㅠㅠㅠ 

     어느 놈이 가지고 갔을까?

     

        라면을 먹으며 본 창밖의 모습

       정상의 빙하위를 걸어가는 사람들

     

    라면을 먹으며 창밖을 보니 빙하와 빙벽, 그리고 눈 쌓인 바위산들, 그 위를 걷는 사람들의 행렬,

    모든 것이 그림 같다.

    이제 내가 지불한 24만원의 티켙 값이 오히려 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만에 이런 생각이 들다니 참 나도 간사하다.

     

    빙하 밑으로 이어지는 얼음궁전과 각종 전시관, 그리고 정상에서 맛 본 그 짜릿함,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돌아보았지만 어느 것 하나 지루한 것이 없었다.

     

      얼음 궁전으로 가는 길. 우리를 추월해서 숨가쁘게 걸어가던 단체 관광객을 보며 자유 여행의 기쁨을 느낀 곳.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눈쌓인 정상인데..... 그래도 젊은 사람들의 패기가 부러웠다.    

     

             

                       이렇게 좋은 날을 만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빙하 밑 얼음 궁전

    무엇이 그렇게 바쁜지 우리를 추월해서 한 그룹의 사람들이 숨을 헐떡이며

    열심히 걸어가는 것을 보고 우리는 잠시 옆으로 비켜주었다.  

    아마도 시간에 쫒긴 단체 관광객이겠지

    < 저건 관광이 아니고 훈련이 아닌가? 이 고산 지대에서.. >

     

    정상에 올라가니 생각보다 춥지가 않았다.

    바람도 없고 시야는 탁 트여 내 눈의 능력이 되는 것만큼 보고 즐길 수가 있었다.

    우리의 시간도 우리 마음대로 늘리고 줄일 수가 있으니 막차를 놓치지만 않으면 된다.

     

    천천히 사진을 찍고 구경을 하고 모든 곳을 다 돌아보고 다시 카피테리어로 돌아오니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다. 이것이 고산병이라는 것이구나.

    그러고 보니 너무 흥분이 되어서 고산병 주의사항을 잊고 그냥 철없이 돌아다닌 것 같다.

    잠시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마음속으로 융플라우와 작별 인사를 하고 내려왔다.

    이렇게 좋은 날씨와 아름답고 웅장한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어서 고맙다고.

     

     

     

    내려오는 길에 찍은 풍경

     

    다시 라우터브루넨에 내려오니 몸은 피곤하지만 고산증은 깨끗하게 회복이 되었다.

    아직 4시가 안 된 시간이라 케이블카를 타고 뮤렌으로 갔다.

    항상 비슷한 풍경일 것 같은데 스위스는 가는 곳마다 새롭고 아름답다.

    깨끗한 동네, 그리고 하나하나 예쁘게 꾸민 집들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알게 해 주는 것은 아닐까? 그냥 부러울 뿐이었다.

     

       계곡을 나르는 행글라이더.     젊음이 부러웠다.

      어디를 찍어도 그냥 엽서다.

    그리고 그 힘든 시간을 잘 견디고 이런 악조건을 천혜의 관광지로 만든 스위스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6시가 넘어 다시 돌아온 라우터브루넨에서 역앞에 있는 COOP에 들려 내일 아침 거리를 준비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한국인 중년 여자들의 단체 관광객을 만났는데 형님부부의 옆을 지나며

    < 저 나이에 부부가 같이 다니는 것이 참 보기 좋지? > 하는 소리가 들리더란다.

    머리가 하얀 형님을 보고 한 말일 것 같은데,

    앞서 가던 우리도 그 속에 포함되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싶었다.

     

    저녁을 일찍 먹고 밖에 나가 주변 경치를 구경했다.

    어떤 이는 이곳에만 그냥 일주일은 묵는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틀을 묵는 것이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다음 기회가 또 있겠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