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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촌닥일기 138 ( 로마에서 배낭을 잃어버리다. )
    여행 2014. 6. 14. 17:13

    금도 내가 꿈을 꾼것 같다.

    악몽을 꾸며 헤매다가 이제 현실로 돌아 온 것 같은데,

    내 몸은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아직도 온 몸이 쑤시고 너무 피곤하다. 

    내가 이런 바보같은 짓을 하다니....

     

    5월 26일,

    형님 부부를 모시고 스위스와 이탈리아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나는 로마 테르미니 기차역에서

    2시 20분 공항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형님 부부와 아는 내일 아침 비행기로 미국으로 떠나기로 되어있었고

    나는 오늘 밤 비행기로 서울로 돌아가게 되어있었다.

     

    그날 공항에서 출발한 기차가 조금 늦게 테르미니역에 도착을 해서 하차하는 승객과

    승차하는 사람으로 기차 안이 조금 분주했다. 

    나는 기차에 올라 배낭을 머리 위 선반에 올려 놓고 창밖에 계신 형님 부부에게

    먼저 간다고 이제 들어가시라고 손을 흔들어 주고 내 자리에 앉고 보니 내 배낭이 없어졌다.

    정말 1분도 안 되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더구나 형님부부와 아내는 계속 나를 보고 있었는데 바로 내 머리 위 선반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너무 황당하여 어쩔 줄을 모르다가 저 멀리 가는 형님 부부를 불렀다.

    아내도 급히 뛰어왔으나 어찌 할 방법이 없었다.

    아내에게 다시 돌아올 기차요금을 받아 주머니에 넣고 나니 기차가 출발을 했다. 

     

    옆에 있던 기차 승무원에게 하소연을 해보았지만 이미 잃어버린 것이라고 찾아 볼 생각도 안 하고

    돌아서 버린다. 

    오히려 같은 칸에 있던 사람들이 자기 나름대로 도움을 주려고 애를 썼다.

     

    어느 사람은 돌아가는 기차표를 살 돈이 있느냐고 5유로를 주려고 했고,

    어떤 사람은 급히 연락할 곳이 있으면 쓰라고 핸드폰을 빌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머리가 텅빈 느낌이었고,

    막상 이런 일이 생기니 내가 기억하고 있는 전화번호가 하나도 없었다.

    항상 저장되어 있는 번호를 누르고 통화를 했으니 기억이 날 리가 없다.

     

    기차 안에서 어떤 여자가 우선 경찰서에 신고를 해야한다며

    공항 경찰서에 가서 보여주라고 이태리어로 지금 상황을 자세히 써서 내게 주었다.

    그리고 한국대사관에 전화를 걸어주어 내가 대사관에 신고를 하고 

    그곳에서 자세한 안내를 받게 해 주었다.

    대사관에서는 4시에 모든 업무가 끝나니 오늘은 어차피 안 되고 내일 아침에 오란다.

     

    공항에 도착을 해서 경찰서로 찾아가 분실 신고를 하는데, 

    담당 경찰관은 이런 일은 아주 흔한 일인지 별로 관심도 없고 서류 작성을 다 하더니

    짐을 찾으면 이메일로 연락을 할터이니 가서 기다리란다.

    너무 무성의한 경찰이었다.

     

    우선 오늘 비행기 스케쥴을 내일로 연기를 해야하니 항공사 첵인 카운터에 가서 분실 신고서를 보여주고

    내일로 비행스케쥴을 연기했다.

    카운터의 직원이 비행 스케쥴 연기벌금이 130 유로라고 해서 내일 주겠다고 했는데

    옆의 수퍼바이저가 특별히 벌금을 면제해준다고 했다.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여권을 분실해서 부득이하게

    연기를 하는 경우에는 벌금을 안 내는 특별한 조항이 있는 것 같았다.

     

    모든 짐을 잃어버리고 맨몸으로 다시 공항 기차를 타고 돌아오는 내가 참 처량했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게 꿈이라면 참 좋겠는데....

    형님이 계신 아파트로 다시 돌아와 그냥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그러나 몸이 피곤해도 우선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으니 잠시 후 다시 일어나 나왔다. 

    인터넷 방과 전화방을 찾아가  카드 분실 신고를 했으나  그사이 벌써 천만원 이상 청구가 들어왔는데

    다행이 처음 청구된 200 만원 정도가 승인이 되어 지출이 되었고 나머지는 승인 처리가 안 되어

    더 이상의 피해는 없었다. 그 정도로 막을 수 있는 것도 다행이다.   

     

    다음 날 아침, 테르미니 역으로 나가 형님 부부는 기차를 타고 공항으로 가고, 

    나는 테르미니 역 의자에 앉아 대사관이 업무를 시작하는 9시반까지 기다렸다. 

     

    기차표를 사는 발권기마다 작은 가방을 메고 기계사용이 서툰 관광객을 상대로 작은 도움(?)을 주고

    팁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냥 내 앞에 보이는 사람만 세어도 십여명이 넘어보였다. 역 전체를 보면 백명은 훨씬 넘을 것 같았다.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자부터 40이 훨씬 넘어보이는 남자까지 너무 깔끔하게 보이니

    이곳이 처음인 관광객들은 같은 관광객인 줄 알것 같았다.

     

    가끔 서너명이 무리를 지어서 웃으며 도망가듯 뛰어가는 것을 보니

    혹시 누구의 지갑을 훔쳐 도망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아마도 저런 사람들이 내 가방을 갖고 도망갔겠지.

     

    기계 앞에 사람이 없을 때는 혹시 관광객들이 두고 간 동전이 없나하고 기계마다 돌아다니며

    동전 반환구에 손을 넣어 확인하고 다니는 것이 이 역에서 저렇게 사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분명하다. 

     

    9시 조금 전에 택시를 타고 대사관으로 갔다.

    테르미니 역에서 멀지는 않지만 걷을 수있는 거리는 아니고 지하철이나 버스로 쉽게 갈 수있는 곳도 아닌

    주택가에 위치한 대사관은 나 같은 낯선 민원인에게는 택시가 아니면 찾아 갈 수있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9시 반까지 기다리다가 대사관 영사실에 어제 공항에서 분실신고를 한 서류와 사진을 제출하니

    한시간만 기다리면 된다고 해서 안심을 하고 기다렸다.

    그런데 잠시 후 컴퓨터가 해킹을 당해서 조회가 안 된다고 더 기다리라고 한다.

    점점 초조해진다. 내일까지 입국을 못 하면 문제가 커지는데...

     

    요양 병원에 등록이 되어 있는 의사는 14일 이상 병원을 비우면 안 된다.  

    14일 이상 빠진 달은 병원근무인력에서 제외된다. 

    그럼 의사는 한 달을 쉰 것이 되고, 해당 병원은 의료인력이 규정보다 적게 근무한 것이 되어

    큰 손해를 보게 된다.

     

    소파에 앉아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는데 12시가 되니 점심시간이란다.

    그런데 이곳은 밖에 나가도 식당이 없는 주택가이다.

    할 수없이 그냥 소파에 기대어 2시 반까지 기다리는데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직원이 빵 하나를 주었다.

    그러나 입맛이 없어 빵도 먹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다행이 1시 반경에 컴퓨터가 복원되었다는 소식에 기뻐하였으나 잠시 후 신원조회에서 문제가 있단다.

    조회가 보류되어 오늘 여권 발급이 불가능하고 본국에 정식 신원조회를 해야 되므로

    보통 2-3일이 더 걸린다고 한다.

     

    십년전 내가 사기를 당해 고소를 하고 재판결과 상대방이 집행유예를 받은 적이 있는데

    아직 그 기록에 남아서 나를 괴롭히는 것 같다.

    그래도 출국하는 것이 아니고 입국하는 것인데 안 된다는 것은 너무 꽉 막힌 행정인 것 같았다.

    그렇다고 지금 어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내가 너무 급하니 좀 서둘러 달라고 담당 직원에게 부탁을 하고,

    오늘로 미루었던 비행기 표를 다시 내일로 미루는데 비행기 좌석이 없단다.

    제일 빠른 것이 일주일 후인데 그것도 160유로의 벌금을 내야한단다.

     

    너무 당황스러우니 내가 판단력을 상실해버렸다.

    우선 급하다는 생각에 그 비행기표라도 사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겨우 대사관 직원의 카드를 빌려 예약을 바꾸고, 대사관 직원이 소개해준 로마 시내 민박집에 

    택시를 타고 도착을 해서 우선 아이들에게 오늘 못 떠났다고 연락을 하고,

    병원에도 전화를 해서 내일까지 입국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미리 연락을 해 놓고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다음 날, 아침에 연락을 주겠다고 했던 대사관에서 10시가 넘어서도 연락이 없었다.

    민박집 사장님께 부탁을 해서 알아보니 신원조회가 안 풀려서 내일까지 기다려야 한단다.

    그럼  모든 것이 엉망이 되는 것이다. 병원 문제도 있지만 그동안 내가 이곳에서 어찌 시간을 보낼까?

    너무 막막해서 그냥 민박집을 나와 한국 식품점 옆의 한국여행사를 찾아갔다.

    비싸더라도 내일 떠나는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결제를 할 수있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내일 떠나는 비행기 자리는 있는데 결제가 쉽지 않다.

    카드 번호를 알아도 소용이 없고 카드가 있어야 한단다.

    그럼 은행으로 송금을 해주면 안 되냐고 물으니 이곳 은행은 송금을 해도 보통 일주일이 걸린다고 한다.  

    난감해하는 나에게 직원이 한가지 방법이 알려주었다.

    <웨스턴유니온>이라는 송금 전문 채널이 있는데 이곳으로 송금을 하면 요금이 비싸지만

    송금 확인 번호와 신분증만 있으면 바로 돈을 찾을 수 있단다.

    반가운 마음에 가까운 지점이 있는 곳을 물어 자세한 안내를 받고 여행사를 나왔다.

     

    리퍼블릭역 부근이라고 하는데 내일 시간을 아끼려면

    오늘 미리 장소를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테르미니에서 한 정거장을 걸어 갔다.

    여행사에서 적어 준 주소를 들고 찾아가니 그 자리에 어느 은행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웨스턴 유니온이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 여기가 아니고 뒷 골목이란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뒷 골목으로 갔는데 그 골목을 아무리 찾아보아도 그런 간판은 보이지를 않았다. 

     

    내 힘으로는 더 찾을 수가 없어 그래도 같은 금융관계 사람들이 잘 알 것 같아 어느 환전소에 들어가 물으니 영어가 무척 서툰 아가씨가  대충 다음 골목에 있다는 뜻으로 가르쳐준다.

    그러나 다음 골목에도 아무 표시가 없고 비슷해 보이는 곳도 없다.

    다시 다른 환전소에 들어가서 또 물으니 어느 무뚝뚝한 남자가 여기는 없고 테르미니 역에 있다고 한다.

    내가 테르미니 역에서 왔고, 분명히 테르미니 역에서 가까운 한국 여행사에서

    일부러 이곳으로 가라고 했는데 그럴리가 있나?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하고 아까 나에게 이 골목에 있다고 했던 환전소 아가씨에게 다시 가서

    못 찾겠다고 지도를 그려달라고 했더니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기도 잘 모른다고 한다.

    이런 이상한 여자가 있나?

    그럼 자기도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해서 내가 길을 헤매게 만든 것인가?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이탈리아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이번 여행중에 참 많이 변한다.

    무뚝뚝하고 불친절하고, 길을 묻는 사람에게 거짓말까지 하며 혼란스럽게 만드는 사람들을 

    벌써 십여명은 만난 것 같다.  

    관광객이 많이 오는 나라인데 사람들이 영어를 너무 못 알아듣는다.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몰라서 못 가르쳐주지 거짓으로 가르쳐주지는 않는다고 믿는데.   

      

    화가 나는 것을 겨우 참고 다시 거리를 헤매다가 결국 처음 찾아갔던 은행으로 갔다.

    다시 은행으로 들어가 미안하지만 못 찾겠다고 다시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마침 같이 있던 어느 필리핀 남자가 유창한 영어로 가르쳐준다.

    이곳에 있던 것은 다 없어지고 테르미니역에 두개가 있단다.

    속 시원하게 지도까지 그려주며 설명을 해 주니 너무 고마웠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나와 다시 테르미니 역으로 와서 지도에 있는 곳을 찾아가니 은행이 아니고

    작은 환전소이다.

    또 틀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앞에 <웨스턴유니온>이라는 작은 표시가 있는 것을 보니

    맞는 것 같다. 나는 은행인 줄 알았는데 은행이 아니고 환전상이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직원에게 확인을 하니 송금 번호와 여권을 제시하면 언제든 돈을 바로 지불한단다.

     

    결국 두 시간을 이렇게 헤맸다. 오늘 고생을 했지만 그래도 미리 와보기를 참 잘했다.

    내일 돈을 찾을 때 이런 일이 생겼다면 얼마나 당황하고 힘들었을까?

     

    이제 민박집에 들어가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야 하니 컵 라면 두개를 사서 민박집으로 돌아갔다. 

     

    축 처진 몸으로 민박집에 들어가니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주며 기쁜 소식을 전했다.

    여권이 다 되었다고 대사관에서 연락이 왔었단다.

    그 사이 신원조회가 끝나 여권까지 만들어졌다니 너무 반가웠다.

    이제 급히 서둘면 오늘 저녁 비행기로 떠날 수가 있겠다.

     

    갑자기 축 처진 몸에 힘이 나는 것 같았다. 급히 택시를 타고 대사관으로 갔다.

    오후 업무가 시작되자마자 여권을 찾았다. 

    그리고 다시 민박집으로 돌아와 민박집 옆에 있는 여행사에 가서 비행기표를 샀다. 

     

    오늘 그렇게 힘들게 찾아헤맨 워스턴유니온은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서울에서 민박집 사장님에게 송금을 하고 민박집에서는 입금이 된 것을 확인하고

    나에게 현금으로 계산해 주셔서 너무 간단하게 해결을 할 수가 있었다.

     

    이렇게 모든 것이 해결되었으니 너무 기뻤다.  

    점심을 컵라면으로 대신하고 5시경에 공항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짐도 모두 잃어버렸으니 임시 여권만 들고 마치 동네 구경을 가는 사람처럼

    로마 공항에서 서울행 비행기를 탔다.

    꿈만 같았던 3일, 그러나 나에게는 3년과 같은 긴 시간이었다. 

     

    외국에서 여권을 잃어버렸을 때 참고로 하자.

    1. 현지 경찰에 분실 신고를 한다. 

    2. 대사관에 전화를 해서 언제까지 여권 재발급이 가능한지 알아본다. 

        보통 일과시간에는 분실신고서와 사진 두장을 접수한 후 한시간이면 된다고 한다.

    3. 비행기 출발 시간까지 여권 재발급이 불가능하면 분실신고서를 갖고 

       항공사 사무실에 가서 비행기 스케쥴을 연기시킨다. 나는 공항 카운터에서 했다.

       이때, 분실한 경우에는 어떤 특혜가 있는 것 같다. 

       비행기 좌석 배정의 우선권(?), 연기 벌금의 면제(?)

    4. 여권 신원조회에서 가끔 의외로 부적합이 생길 수 있으니 이점 참고하시기를. 

        부적합이 생기면 보통 2-3일 걸린다고 한다.

    5. 현지에서 급하면 그래도 한국 사람들을 찾아 도움을 청하라.

    6. 급하면 <웨스턴 유니온>이라는 체인이 있지만 은행이 아니고 환전상이다. 

        신원확인증과 송금후 받는 번호만 알고 있으면 바로 현금을 찾을 수 있단다.

    7. 그러나 이것은 악몽이다. 외국에서는 항상 조심을 하자. 정말 순식간이다.

       짐은 항상 내 시야 안에 있어야 하고 내 몸에 붙어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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