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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닥일기 20 (장애인 복지 시설)나의 이야기 2010. 12. 27. 20:43
내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 새로 생기는 000 원 아시지요? >
000 원은 그동안 시설 공사를 마치고 곧 개원을 한다는 장애인 수용시설입니다.
외딴 계곡에 자리를 잡은 시설이라 동네에서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요즘 개원을 앞두고 직원들을 구하느라 많이 힘들다고 했습니다.
시설의 설립자도 역시 장애자인데 이곳 말고도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우리나라의 여러 군데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예. 알고 있습니다. >
< 그 시설 원장님을 어제 만났는데요. 촉탁의사가 있어야 한다는데... 집사님이 하시면 안 될까요? >
장애인 시설이라면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고
봉사하는 사람도 많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도 도울 일이 있다면 돕겠다고 항상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 된 일입니다.
< 예. 제가 해도 된다면 해야죠. >
기쁘게 승낙을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매일 근무하는 것도 아니고 가끔 주말에 가서 아픈 사람들을 관리해 주면 되는 것이기에
오히려 나에게는 기쁜 일이었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가면 계곡에서 놀기도 하고 시설 방문이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오후에 설립자라는 사람과 목사님이 같이 병원으로 찾아 오셨습니다.
설립자인 이사장은 양 다리를 모두 못 쓰시기 때문에 목발을 집고 다니는 것이
보기에도 많이 불편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장애를 가지고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운영한다는 것이 너무 존경스러웠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간단히 촉탁의 승낙서를 작성하고 나니 목사님이 나에게 물으셨습니다.
< 촉탁의도 수당이 있답니다. >
< 아. 그래요? >
< 어떻게 할까요? >
< 예??? >
< 가까운 동네 의원 원장과는 반만 주기로 했다는데요. >
< 그래요. 저는 괜찮습니다. 모두 시설에서 쓰십시오. 일부러 후원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뭐. >
< 그래요?..... 감사합니다. >
그리고 그 분과 목사님은 같이 나가셨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000원에서 나에게 위촉장을 전달한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특별한 것도 아니니 그냥 퇴근하는 직원 편에 병원으로 보내달라고 했는데
굳이 읍으로 나오라고 합니다.
약속 장소도 < XX 관 >이라는 괜찮은 음식점입니다.
아마도 이사장이 나에게 무슨 특별히 할 말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했습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이사장과 같이 저녁 한 끼를 먹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했습니다.
< 오늘은 내가 저녁을 사야겠구나. 불편한 몸으로 좋은 사업을 하시는데........ >
그날 저녁, 읍내에서 그래도 이름이 있고 관광객이 자주 찾는 이름있는 음식점에 차를 몰고 갔습니다.
미리 예약이 되어 있는지 나를 알아 본 종업원이 나를 방으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내 생각과는 달리 그곳에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처음 보는 사람들이 30명 가까이 되었습니다.
< 뭔가 내 생각과 다른 것 같은데......... >
그리고 그 자리에서 시설 직원 소개가 있었고 다 같이 한식으로 저녁을 먹으며
나는 위촉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기념패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왠지 어색합니다.
그날은 저녁을 잘 얻어 먹고 돌아오는 길이지만 내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음식점에 모일 필요가 있었을까?
또 기념패는 없어도 될 것 같은데.........
내가 좋은 대접을 받은 것은 좋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닌데........
그 돈이면 시설 장애자에게 좋은 부식을 제공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러나 그날은 내가 너무 어렵게 보여서 그런 자리를 마련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음에는 그냥 그런 자리는 없겠지 했습니다.
시설에 장애인들이 수용되고 나서 가끔 교회에서 시설 방문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갈 때는 그곳에 필요한 물품도 준비하고 원생들과 같이 나눌 다과도 준비하고
재미있는 시간을 같이 보내다가 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있는 사람들과 달리 시설에 있는 사람들은 식단에 따라 일정한 음식을 먹을 뿐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인 돈까스, 스파게티, 짜장면, 탕수육 같은 것을
먹을 기회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끔 이런 음식도 우리가 재료를 준비해서 시설 부엌에서 교인들이 직접 만들어
원생들에게 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들리는 이야기가 우리가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식당 직원들이 안 좋아한다고 합니다.
자신들의 일이 많고 복잡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후에는 음식은 제공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연말이 가까웠을 때입니다.
군청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 안녕하세요. 군청 복지과의 OOO 예요. >
이름을 이야기해도 나는 모르는 공무원입니다.
< 원장님이 000원 촉탁의로 계시죠? >
< 예???? >
< 촉탁의로 계시면서 매달 수당은 얼마나 받으셨어요? >
< 수당이요? 글쎄요..... 얼마가 나오는데요? >
< 원장님은 안 받으셨나요? >
< 예! 그냥 시설에서 알아서 쓰시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후원도 제대로 못 했는데요. 뭐. >
<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
군청 직원은 아무 말 없이 그냥 전화를 끊었습니다.
나는 장애 시설에 항상 근무하는 것도 아니고 가끔 가서 아픈 사람들을 관리해 주는 것이라
오히려 돈을 받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자비를 들여 봉사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리고 그 다음 날, 이번에는 장애 시설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 안녕하셔요. 원장님..... 000 원 총무입니다. >
그 사람은 나에게 인사를 마치고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가 다시 이야기를 했습니다.
< 원장님! 혹시 군청에서 전화가 오면요 원장님이 촉탁의 수당을 받으셨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
무엇인가 감춰야 할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 발 늦었습니다.
< 예?........ 어제 군청에서 전화가 왔었는데....... >
< 그래요? >
< 수당을 물어보기에 저는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
000원 총무는 실망한 듯이 전화를 끊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자세한 것은 모릅니다.
그러나 안 받은 것을 받았다고 해 달라는 것이 너무 기분이 상합니다.
비록 잠시지만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나도 같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싫었습니다.
차라리 그냥 모르고 봉사를 하는 것이 나에게 더 유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얼마 후에 나는 촉탁의를 사임하고 말았습니다.
정부에서 보조를 받고 일반 사람에게서 후원을 받고 그대로 운영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요?
정부 보조가 크게 부족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혹시 부족하다면 없는대로 꾸려나가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풍족하지는 않겠지만..........
왜 숨겨야 할 일이 있을까?
어쩌면 차라리 모르는 것이 더 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모르고 있으니 이제 마음 상할 일도 없고 그 시설은 그 후에 더 커져서
지금은 그 때보다 3배는 더 많은 시설과 장애자를 수용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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