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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닥일기 134 ( 복지? 정말 이대로 갈 것인가? )나의 이야기 2012. 5. 29. 12:01
토요일 오후에 가까운 도시의 대학병원에서 세미나가 있어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데 어느 보호자가 나를 찾아왔다.
며칠 전에 병원 직원이 어느 동네를 방문했을 때,
혼자 사시는 할머니가 며칠 전에 밭에서 넘어졌는데,
다른 병원에서 사진을 찍어보니 허리가 많이 상했다고
입원을 하라고 하는 것을 그냥 집으로 돌아왔는데 많이 아프시다며
혼자 누워계셔서 면 직원이 우리 병원으로 모시고 온 할머니의 며느리란다.
며칠 치료를 받으시고 통증이 많이 좋아지셨는 지 할머니는
오늘 아침 회진을 돌때 고추밭에 물을 주어야 하니 퇴원을 하시겠다고 하셔서
퇴원 수속을 마치고 보호자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조금 참으실 만하면 또 밭에 나가시겠다는 경우는 시골 노인들에게는
흔한 일이고 내가 말린다고 들으시지도 않을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할머니는 아직은 혼자 갈 수가 없으니 며느리를 불렀다고 하셨다.
우선 퇴원을 하시기 전에 며느리에게 며칠 전에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허리의 문제를 이야기해 주었다.
보호자인 며느리도 당연히 검사 결과가 궁금할 것 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 계속 밭일을 하시면 허리가 더 망가집니다. 허리가 굽게 되지요. >
사진 설명을 다 하고나서 내가 마지막 결론을 이야기했다.
< 시골 노인들은 다 그런 것 아닙니까? >
< ??? >
며느리의 대답은 너무 의외였다.
대부분 사람들이 아프다고 해도 내 가족은 안 아프기를 바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 나도 요양보호사입니다. >
< 아. 그러세요? >
< 나도 지금 대상자에게 가 보아야 하는데 바쁜 사람을 이렇게 불러 놓고.. >
지금 화가 나 있는 것이 아마도 매일 방문하기로 한 노인에게
오늘은 못 가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요양보호사는 시급으로 수당을 계산하는 직업이니 아마도 오늘 수입에
조금 손해가 있는 듯하다.
< 허리를 다쳤다고 하면 큰 병원이나 정형외과를 가셔야지 요양병원이 뭡니까? >
< ?? >
며느리가 조금 아는 척을 하지만 모르고 있는 것이 많은 것 같다.
< 검사를 해 보아야 할 것 아닙니까? >
< 맞지요. 그런데 이미 검사는 다른 병원에서 다 하셨다고 하셨고
입원을 하시라고 하는 것을 안 하시고 집에 누워계셨다고 하시던데요? >
< ... >
< 병원에 가신 것을 모르셨습니까? >
< ..................... 그냥 퇴원을 할꺼예요. >
무엇이 못 마땅한 지 들어올 때부터 화가 난 얼굴이 펴지지를 않는다.
혹시 지금 병원에서 퇴원을 안 시키려고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는 아직까지 그런 생각으로 환자를 대한 적이 없는데....
< 예. 퇴원수속은 이미 다 되어 있을 것이고요. 지금 나는 검사 결과를
보호자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설명해 드리는 것입니다. >
< .......... >
그렇게 할머니는 며느리 차를 타시고 퇴원을 하셨다.
< 울 며눌이 뭔 말을 합디요? 걍 맴 쓰지 마쇼. 볼래 그랑께. >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하시며 나가시는데
며느리가 복도에서 전화를 하는 소리가 들린다.
< ...........나쁜 일은 다 며느리 몫이고 좋은 일은 다 딸 몫이고... >
누구하고 통화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만만한 며느리는 아닌 것 같았다.
더구나 자신이 요양보호사라고 했으니
어떤 노인이 저 여자의 방문을 받을 지 걱정이 된다.
설마 그 화풀이의 대상이 되지는 않겠지만...........
복지에 종사하는 사람이 수입을 생각하면 안 된다.
모두에게 봉사하는 마음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기 수입을 늘리려는 사람이 복지에 관한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과거 무허가 복지 시설을 운영하던 사람들은 국가가 요양 시설을 모두
제도권으로 흡수하여 국가예산을 투입한 후에 오히려 일하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한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줄어든 것은 피부로 느낄 수가 없고
수혜자들의 마음에서 감사하는 마음이 없어진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현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일하는 보람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봉사의 마음으로 시작한 일인데 어느 날부터 자신이 영리업자 취급을 받고 있더란다.
그래서 이제 이들은 차츰 다시 제도권에서 벗어난 곳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점심을 부지런히 먹고 읍에 나가니 1시 조금 전이다.
조금 기다렸다가 시외 버스를 타고 앉아있는데 눈에 익은 여자가 차를 탄다.
조금 전에 병원에서 성질을 부리던 그 할머니의 며느리다.
그 때가 1시간 조금 전인데 벌써 며느리가 버스에 타는 것을 보니
아마도 할머니를 부지런히 집에 모셔다 드리고 부지런히 버스터미널로 온 것 같다.
자가용으로 그냥 집 앞까지 갔다가 와도 1시간은 걸릴 것 같은데....
점심 식사를 차려드리고 나왔을 리는 없고 집에 들어가기는 했었는지 모르겠다.
지금 우리 나라는 복지가 이슈가 되어있다.
불만도 많고 요구는 많은데 예산도 부족하고 인력도 부족하고
참 많은 사람들이 서로 소리를 높이고 주장도 다양하고 강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복지의 문제는 받으려는 사람은 많은데
베풀려는 사람은 적다는 것이다.
누구나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싸운다.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닌데 우선 받아놓고 본다.
오히려 안 받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세상이다.
벌써 2년째 병원에 입원을 하고 있는 할머니의 아들이 진단서를 요구했다.
농협에 제출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가끔 거동을 못 하는 노인들의 은행업무를 위해
자식들이 진단서를 요구할 때가 있지만 이 아들은
가끔 할머니에게서 돈을 뺏어가서 술을 퍼 마시는 아들이라서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진단서를 발행하기 전에 할머니에게 확인을 하니 그냥 해주라고 하신다.
2년이나 병원에 계신 분이 통장에 돈이 남아 있는 것은
영세민 생활비와 노인수당 때문이다.
그렇게 돈을 찾아 간 아들은 한 동안 소식이 없었다.
그리고 한 달후에 연락이 왔다.
그 아들이 그날 술을 먹고 넘어지며 머리를 다쳐 대학병원에서 뇌수술을 받고
지금 중환자실에 있는데 병원비가 천여만 원이 나왔지만 영세민 혜택을 받아
모두 해결이 되었단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영세민 혜택이 안 되어 병원비가 감당이 안 되니
부득이 우리 병원으로 오면 안 되겠냐고 다른 아들이 전화를 했단다.
아직 할머니는 그 아들이 다친 줄을 모르고 있다는데......
그래서 지금 할머니와 아들은 같은 병동에 입원해 있다.
할머니는 거동을 못 하시고 아들은 의식이 없으니 서로 만날 일은 없다.
그러나 참 안타까운 일이다.
평소 할머니의 돈을 빼앗아 술 마시는 것에 익숙한 아들이
결국 그 습관 때문에 사경을 헤매고 있는 것이다.
복지는 항상 부족하게 되어있다.
공짜로 주는 것이 남는다면 무엇인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항상 부족할 수밖에 없는 복지를 늘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효율성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노인 복지는 새는 곳이 너무 많다.
혼자 사시는 분이나 노부부가 사시는 경우는 부득이 젊은 사람의 시간제 방문이
필요한 경우가 있지만 가족과 같이 사는 노인까지 복지 예산으로 혜택을 준다는 것은
예산의 낭비이다.
자식들과 같이 사는 노인을 요양보호사가 방문하여 수발을 든다는 것은
분명 예산의 낭비다.
어느 집에 가면 가족들이 아침에 먹은 식기를 싱크대에 잔뜩 쌓아놓고,
방도 안 치우고, 빨래거리는 구석에 쌓아 놓고, 그냥 나가버리는 경우도 있단다.
마치 국가에서 파출부를 보내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단다.
심한 경우는 자식들이 전화를 해서 요양보호사에게 집에 올 때
수퍼에서 찬거리를 사다 달라고 하고 물건을 사다 주어도
돈을 안 준다고 하니 참 어이가 없다.
매달 수혜자가 부담해야하는 본인부담금을 안 주는 것은 흔한 일이고,
싫으면 그만 두라고 당신이 그만 두어도 하겠다는 사람이 많다며 배짱이란다.
오히려 당신이 우리 때문에 수당을 받고 있으니 고마운 줄 알라는 뜻이니,
참 난감할 때가 있단다.
현재 우리나라는 복지 혜택을 받는 사람들의 자세도 바뀌어야 한다.
그 선발 기준이 내가 생각하기에도 이상한 경우가 너무 많다.
돈은 할머니에게 나오는데 돈을 쓰는 사람은 자식들이다.
할머니는 오물 냄새가 진동하는 골방에서 다 말라버린 밥과 이미 시어버려
곰팡이가 생길 것 같은 김치를 먹고 있는데,
무관심하고 나태한 국가는 그 자식이 부모를 모신다고 못 된 자식에게 수당까지 준다.
그 자식이 조금만 노력해서 요양보호사 자격을 받는다면,
자식들이 자기 부모를 돌보는 당연한 일을 하는데 나라에서 수당을 준다.
만약 부모가 모두 해당된다면 자식은 부모만 모시고 살아도,
그 수입이 저임금 노동자보다 더 나을 것이다.
아픈 부모를 이용하여 자식이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무엇인가 고쳐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무조건 복지는 공짜라는 인식에 문제가 있다.
나는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고 너는 나에게 혜택을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문제는 시작된다.
그런 권리와 의무 사이에 감사와 봉사라는 것은 없다. 단지 거래일뿐이다.
그런데 그 거래가 서로 주고 받는 쌍방 통행이 아니라 한 쪽은 주기만 하고
한 쪽은 받기만 하는 일방 통행이다.
그러니 서로 더 받으려고 미리 할머니에게 교육을 시킨다.
평가를 위해 방문 검사를 나가면 많이 아픈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방에 누워서 못 움직인다고 꼼짝도 안 하고,
모든 것을 잊어버린 것처럼 아무리 물어보아도 모른다는 소리만 하고,
들려도 안 들린다고 능청을 떨고....
그래도 살만하고 아는 사람이 더 많이 받으려고 술수를 쓰는 복지,
온 국민이 서로 많이 받으려고 기회를 엿보는 복지.
이런 복지의 앞날이 너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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